2009년 11월 27일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 2005)

영화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 2005)>
김지운 감독
인생에 있어서 안정된 궤도란 없다.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가 흔들리는데, 흔들리는 게 바람인지 나뭇가지인지 묻는 건 어리석다. 어리석은 질문에 스승께서는 현명한 답을 내려주신다. 흔들리는 건 바람도 아니고 나뭇가지도 아니다. 다만 네 마음이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상태란 있을 수 없다. 마음이란 그런 거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던가? 생명이란 그렇게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거다.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천지가 뒤엎어질 수도 있다. 선우(이병헌)는 희수(신민아)에게 마음이 흔들렸던 걸까? 영화가 보여준 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다만 선우는 희수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며 덮으려 했을 뿐이다. 이렇듯 조그마한 여지를 남긴 게 큰 잘못일 수는 없다. 그래서 선우는 끝에 가서 보스(김영철)에게 묻는다. “말 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그건 선우만 모르는 게 아니라, 보스도 모르는 거다. 왜 그랬을까?
희수가 흔들리고, 선우가 흔들리고, 보스가 흔들린다. 흔들리고 흔들리다 보니까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는데, 그걸 두고 따지는 건 우문이다. 바람이 흔들리는 건지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영화를 보는 내 마음이 흔들린 건지도. 그랬다면 다행이겠는데, 영화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칼질 하는 싸움이 총질 하는 싸움이 되면서 승패는 진작부터 갈린다.
아주 작은 흔들림이 한 인간을 궁지로 몰고 간다. 헤어 나올 방법은 없다. 다만 선택이 남았을 뿐이다. 끝까지 가보는 선택이 남는다. 그러나 싸움의 끝은 비참하다. 이겨도 답이 나오지 않는 막장이 되어버린 인생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가보고자 하는 마음은, 그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해지는, 아주 작은 꼼지락거림이었을 뿐이다. 꼼지락거리며 부는 바람이 태평양을 건너면 허리케인이 된다지? 그런 거다. 칼질이 총질로 바뀔 때 바람은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던 거다.
‘달콤한 인생’이라는 타이틀이 역설이니 어쩌니 하는 건, 제목 붙이 이에 대한 예우일 뿐, 영화는 정설이건 역설이건 ‘달콤한’이라는 수사의 의미를 살려내지 못한다. 다만 여유롭게 세련된 모습으로 선우가 퍼먹는 푸딩인지 아이스크림인지 하는 그것과 중간중간 보이는 군것질 거리들이 달콤했을 수는 있겠다. 그 밖에는 달콤한 것도, 혹은 씁쓸한 것도 없다. 왜냐? 보스가 선우에게 왜 그랬는지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선우 또한 보스를 처단한 뒤에도 자신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자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콤한지 씁쓸한지 하는 식의 가치 평가는, 죽어 다시 만난 스승과의 대화를 통해 살짝 암시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영화의 맛은 달콤하지도 씁쓸하지도 못한, 싱거운 것도 맛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런 맛을 남길 뿐이다.
# by | 2009/11/27 22:58 | 이것 또한 내 세상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