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진주』
존 스타인벡 지음 /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개정판) 2007년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를 ‘미국의 슬픈 자화상’으로 읽었던 게 떠오른다. 그리고 『진주』를 읽어본다. 멕시코 인디언들을 소재로 한 우화라고 해야 할까? 하나의 진주를 놓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분명 암시적이지만 지나치게 노골적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돼지 목의 진주’가 그것이겠는데, 과연 돼지에게는 진주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인가? 그 희석된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돼지에게서 진주를 앗아야 하는 것인가? 진주를 둘러싸고 보이는 인간의 탐욕은 돼지의 어리석음과 비견되면서, 그 참된 가치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진주는 조개 살을 파고든 모래 알갱이, 즉 이물질이다. 이물질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조개의 끊임없는 몸부림이 진주라는 알갱이를 탄생시킨다. 인간 사회에 비집고 들어온 진주라는 알갱이는, 그만큼의 대접을 받아 마땅한 것인지. 그저 이물질인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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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h You Were Here (Remastered) 이것 또한 내 세상

<Wish You Were Here (Remastered)>
Pink Floyd / COLUMBIA / 1998년


고등학생 시절, 조금 음산한 느낌으로 들었던 핑크 플로이드. 당시는 1990년대 중반이었고, 세기말의 징후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던 시기. 괴기스러움이 희극성을 얻어 엽기가 되었을 무렵, 이 진중한 음산함은 어딘지 신비한 느낌으로 들려왔다. 먹빛 수채화라고 할까. 화폭에 그려지는 배경은, 어수선하게 세워진 묘비로 가득한 공동묘지 정도. 무진의 안개와는 다른 맑고 차가운 안개. 그랬는데, 지금 다시 듣는 핑크 플로이드는, 여전히 음산한 신비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뭔가가 떠다니고 있다. 정적인 풍경이 동력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동력이라고 하기에는 그 떠다니는 실체에서 생명의 징후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것은 유령이거나 좀비이거나 하는 그런 존재들. 무기력하게 배회하거나 정처 없이 방황하거나. 이건, 괴기의 결정이 아니라 괴기의 전조이다. 곧 천둥번개 동반한 호우가 쏟아질 거라는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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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는 못말려 (극장판7기) - 폭발! 온천 두근두근 대결전! (1999) 이것 또한 내 세상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7기) - 폭발! 온천 두근두근 대결전! (1999)>
하라 게이이치, 미즈시마 츠토무 감독


보는 동안 수차례, 이걸 왜 보고 앉아 있는 건가, 반성했다. 콩트 분량의 나름 가족 서사인 TV판과 달리, 극장판에서는 매번 기승전결이 뒤죽박죽이 되어 있고, 아무데나 끼어드는 신노스케(짱구)의 엉뚱한 매력조차 식상해지고 만다. 가족 서사로 제한시키지 않고, 나름 블록버스터를 기획하는 거 같은데, 이번에는 전쟁 서사가 끼어들어서는 자위대가 출동하고, 그걸로 안 되니 전대물 패러디까지 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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